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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발효식품

전통발효식품 전라도 재래식 된장의 염도, 그 깊은 맛의 비결

by 라이프로그 전통발효식품 이야기 2025. 4. 23.

전통발효식품 된장은 우리 밥상의 중심이 되어온 전통발효식품으로, 오랜 시간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발효의 결정체입니다. 특히 지역마다 기후와 재료, 장 담그는 방식이 달라 다양한 맛과 향의 차이를 만들어내며, 그 중에서도 전라도 재래식 된장은 깊고 구수한 맛으로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습니다. 전통발효식품의 핵심 요소인 염도를 중심으로, 전라도 재래식 된장의 특징과 과학적 근거, 그리고 낮은 염도에서 오는 풍미의 비밀을 풀어보겠습니다. 단순한 감각적 평가가 아닌, 미생물 생태계와 숙성 환경, 성분 분석 등을 기반으로 한 설명을 통해 전통 된장의 가치와 다양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기회를 가져보고자 합니다.

전통발효식품 된장

전통발효식품 된장 염도와 발효 미생물의 관계

된장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소금의 농도는 미생물 군집 형성에 큰 영향을 줍니다. 염도가 높을수록 부패균이나 해로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동시에 유익한 발효균의 활동까지도 제약할 수 있습니다. 특히 된장 속 주요 미생물인 바실러스균(Bacillus spp.), 효모(Yeast), 유산균(Lactic acid bacteria) 등은 일정 염도 범위 안에서만 활발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경상도 지역의 된장은 15퍼센트 이상, 때로는 17~18퍼센트의 높은 염도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전라도식 된장은 평균 10~13퍼센트 수준의 중저염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풍미와 보존성을 양립시키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러한 염도 조건은 바실러스균이 보다 자유롭게 단백질을 분해하도록 돕고, 글루탐산(Glutamic acid) 등 감칠맛 성분 생성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실제로 염도가 12퍼센트 전후일 때 바실러스균의 프로테아제(protease) 효소 활성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이 효소는 콩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맛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합니다. 따라서 염도를 과하게 높이기보다는, 발효 균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맛있는 된장을 위한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발효식품 전라도 된장의 낮은 염도와 숙성 전략

전라도 재래식 된장이 다른 지역보다 낮은 염도를 유지하면서도 저장성과 맛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소금의 양을 줄인 데 있지 않습니다. 숙성 기간과 환경의 정밀한 조절, 그리고 장독대 사용을 포함한 전통 방식의 보완적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전라도 지역은 비교적 온화하고 습한 기후를 갖고 있어 장이 너무 빨리 숙성되지 않고, 미생물의 활동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좋은 환경입니다. 이 때문에 높은 염도로 발효를 억제하지 않더라도 미생물의 균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잡균의 번식도 자연적으로 억제되는 결과를 보입니다.

재래식 방식에서는 메주를 띄울 때부터 유익한 미생물이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장기 건조가 아닌 서서히 건조하는 방식이 쓰이기도 하며, 이는 고온 건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미생물 균형 붕괴를 막아줍니다. 이러한 전통 방식이 전라도 된장의 깊은 맛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염도는 낮지만 발효력은 높은 형태로 이어집니다.

전통발효식품 낮은 염도에서 감칠맛이 살아나는 이유

된장에서 느껴지는 감칠맛의 중심은 단백질 분해를 통해 생성되는 아미노산 중 글루탐산입니다. 이 성분은 일본의 가쓰오부시, 이탈리아의 파르미지아노 치즈 등과 함께 세계 5대 감칠맛 식품 중 하나로 평가되는 된장의 핵심 맛 성분입니다.

전라도 재래식 된장은 염도가 낮아 발효 균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글루탐산 생성이 더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실험에서는 12퍼센트 이하의 염도에서 숙성된 된장이 16퍼센트 염도 조건보다 글루탐산 농도가 약 1.3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감칠맛 성분의 생성이 강화되면 짠맛을 그만큼 보완할 수 있어, 소금을 적게 써도 충분히 깊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건강을 생각하면서도 전통의 맛을 지키려는 현대인의 식습관과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며, 전라도 된장의 저염 고풍미 전략은 과학적으로도 매우 합리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발효식품 염도 변화에 따른 저장성과 위생 안정성

염도가 낮을수록 짠맛이 줄고 감칠맛은 높아지지만, 동시에 부패 위험성과 위생 안정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특히 여름철과 같이 고온다습한 시기에는 염도가 너무 낮을 경우 장 표면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잡균 번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숙성과 저장에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전라도 재래식 된장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장독대 사용, 햇빛과 바람을 잘 받는 위치에 장을 두는 전통 방식, 장 표면에 소금을 얇게 뿌리는 위생 관리법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왔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낮은 염도를 유지하면서도 위생성과 저장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제염보다 천일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항균력이 있는 천연 소금의 특성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일부 가정이나 업체에서는 된장을 소분하여 진공 포장하거나, 냉장 보관을 통해 미생물 활동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부패를 방지하는 현대적인 방법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전통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염도와 저장성의 균형을 잡아가는 모습은, 된장이 여전히 살아 있는 발효식품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 줍니다.

염도 속에 담긴 전통발효식품의 지혜

전통발효식품인 된장은 단순히 짠 장이 아니라, 자연과 미생물, 사람의 손길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유기적인 결과물입니다. 전라도 재래식 된장이 가진 염도의 특징은 그저 수치상의 낮고 높음을 넘어서, 풍미와 건강, 저장성과 발효 균형이라는 복합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염도를 낮추면 맛이 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전라도 된장은 낮은 염도에서도 깊은 감칠맛을 형성하고, 전통적인 발효 환경과 재료 구성으로 위생성과 저장성까지 고루 챙기고 있습니다. 이는 오랜 경험과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한 전통 발효 기술의 정수라 할 수 있으며, 현대인의 입맛과 건강까지 고려한 지속 가능한 식문화의 방향성을 제시해 줍니다.

앞으로 전통 된장을 담그고자 하는 이들이 전라도 방식의 염도 관리와 숙성 기술을 참고한다면, 짜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가진 장을 담그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맛과 건강을 함께 추구하는 시대, 전통발효식품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빛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