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통발효식품

전통발효식품 장 담그기 문화, 일제강점기 상황 속에서의 보존

by 라이프로그 전통발효식품 이야기 2025. 6. 10.

전통발효식품 장류 문화의 위기와 보존의 흔적

전통발효식품은 우리 민족의 생활과 식문화의 근간을 이뤄온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중 된장, 간장, 고추장으로 대표되는 장류는 단순한 조미료를 넘어 가족의 손맛과 공동체의 가치를 담아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속에서 우리의 장 담그기 문화는 위협받고, 왜곡되며, 때로는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장 담그기 전통이 이어졌고, 후대에까지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전통발효식품 장류 문화가 일제강점기 시기 어떻게 보존되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분석해보겠습니다.

전통발효식품 장류 문화를 보존하는 우리 민족
전통발효식품 메주를 매달아놓은 우리 민족

전통발효식품 장 담그기의 역사적 의미

우리나라에서 장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삶의 주기를 반영하는 문화였습니다. 음력 정월 초하루가 지나면 장을 담그는 날이 정해졌고, 이는 해마다 반복되는 가정의례 중 하나였습니다. 장을 담그기 위해 메주를 쑤고, 이를 띄워 햇볕과 바람에 말린 뒤 소금물에 담가 긴 시간 발효시키는 과정은 공동체 노동의 상징이자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의례이기도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이러한 장 담그기 문화는 전국에 걸쳐 지역마다 다르게 전승되어 왔고, 각 지방의 토속균과 기후에 맞춘 방식이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전통발효식품이 지닌 유산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일제강점기와 전통 장 담그기 문화의 침해

일제강점기에는 전통 장 담그기 문화가 구조적으로 침해당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쌀과 콩 등의 곡물 수탈이 있었습니다. 이는 장류 제조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콩의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장 담그기를 지속하는 데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습니다. 두 번째는 일본식 발효기술의 강제 도입입니다. 일본은 자국의 쇼유(간장) 제조방식을 한국에 들여와 산업화된 공장식 생산을 강요했고, 전통 장류 생산 방식은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농촌공동체의 해체였습니다. 마을 단위의 협력으로 진행되던 장 담그기는 가정 중심의 생산으로 축소되었고, 일본의 식민지 정책으로 인해 여성들의 전통 역할 역시 약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전통발효식품인 장류는 점차 산업 제품에 밀리게 되었습니다.

전통 장 담그기 문화의 은밀한 계승

그러나 이런 위기 속에서도 장 담그기 문화는 가정과 마을 단위에서 은밀히 이어졌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메주를 몰래 띄우고, 항아리를 땅에 묻어 외부 감시를 피하며 발효를 지속했습니다. 전북 정읍이나 경북 안동에서는 항아리 덮개를 두껍게 덮고 일제 단속을 피해 전통 장을 제조한 기록이 구술 자료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여성들 사이에서는 된장 띄우는 요령이나 소금물 배합 비율을 구전으로 전하고, 가계부나 요리책에 숨겨 기록하는 사례도 발견됩니다. 이처럼 전통발효식품 장류 문화는 눈에 띄지 않는 일상의 틈새에서 조용히 보존되었습니다.

전통발효식품 보존의 교육적 시도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 장 담그기를 교육과 공동체 활동으로 이어가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경상도 지역의 일부 서당에서는 여성들을 위한 가사교육에 장 담그기 방법을 포함시켰고, 이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지식을 전수하였습니다. 또한 일제 통제에도 불구하고 일부 향교나 서당에서는 농업과 생활기술 교육의 일환으로 전통 장 제조법을 비공식적으로 가르쳤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1930년대 조선총독부 발행 문헌 중 일부 가정 생활서적에도 전통 방식 장 담그기 방식이 실려 있다는 점은, 이 문화가 당시에도 일부 인정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전통발효식품이 단순히 음식이 아닌 지식의 전승체계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일제강점기 장 담그기 유물과 기록의 가치

일제강점기 당시 장 담그기와 관련된 유물은 오늘날 중요한 민속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 영월 지역에서는 1930년대 제작된 장독대 항아리와 전통 메주틀이 발굴되었으며, 해당 용기에는 ‘장 담그는 날’을 기록한 표시가 남아 있어 당시에도 주기적인 장 제조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남 함안에서는 장 제조에 사용된 소금항아리와 누룩 저장용기 등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당시에도 발효조건을 조절하려는 지식이 있었음을 말해줍니다. 전통 장 담그기와 관련된 수기, 일기, 사진 등의 기록 역시 민속학적 가치를 지니며, 전통발효식품의 문화적 뿌리를 증명하는 소중한 자료입니다.

일제강점기 전통 장 보존의 현대적 의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위축된 장 담그기 문화는 오늘날 귀중한 복원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일부 지방정부와 문화재청에서는 전통발효식품 유산으로서 장 담그기 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당시 전승된 방식을 바탕으로 재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원 활동은 단지 음식의 재현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에도 꺾이지 않고 지켜낸 우리 민족의 정신과 정체성을 재조명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현대에 이르러 건강 기능성과 슬로우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 장의 발효 방식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발효식품 장류 문화의 지속 가능성

전통발효식품으로서 장류 문화는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가정과 공동체, 여성과 서민들의 손끝에서 비밀스럽게 이어진 장 담그기 전통은 우리 민족의 식문화 저력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메주 띄우기, 소금물 비율 조절, 항아리 보관 등 세세한 기술은 단순한 조리법을 넘어선 지식의 축적이며, 이는 현대에도 재현 가능한 문화자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러한 문화유산을 단순 보존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 산업화, 콘텐츠화로 연결해나가는 것입니다.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은 전통발효식품 장 담그기 문화는, 그 자체로 시대를 견뎌낸 기억이며 미래로 이어질 가치입니다